...는 샤워도중 갑자기 온수가 끊기는 일이다.
아직 시작 전이라면 모를까 한참 거품난 상황에서 찬물 뒤집어 쓰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거품이 나기 전이라면, 온 집에 물을 흩뿌리며 뛰쳐나가 보일러를 다시 온수로 맞춰놓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이미 식어버린 물이 다시 뎁혀질때까진 싸한 냉기를 뿌리는 샤워 앞에서 급속으로 체온을 잃어야한다.

불행히도 이건 추울때만 일어나는 상황이다. 보일러가 "어? 온도 떨어졌어? 그럼 난방 돌리지~"라며 온수를 도.중.에. 끊고 난방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잘났다는 귀뚜라미 보일런데 저 모델 설계한 분은 기계만 만졌지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생활패턴 연구는 전혀 안하신 모양이다. 난방이 온수보다 우선하는 상황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보일러의 귀퉁이에는 '목욕'이라고 적힌 버튼이 있긴 있다. 난방을 죽여주고 온수를 쓰던 안쓰던 물을 끓이는 버튼이다. 그럼 그 버튼 누르면 되지~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도 저 보일러 설계자분과 같은 레벨이시라고 말하겠다.
거꾸로 목욕 버튼을 눌러야만 온수가 나온다면 그건 하나의 정해진 생활 패턴을 형성해 적은 오차로 반복수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그건 그것대로 오케이다. 그러나 실상은 난방모드 중에서도 지가 놀.고.있.을.때.라면 얼마든지 온수를 공급해준다.
일상 모드 속에서 갑자기 온수가 끊어지는 상황이란 실내온도 변화가 클 때 뿐인데, 일년 중 그런 날이 얼마라고 보는가. 그 얼마동안의 기간을 위해 습관적으로 반복적으로 '항상 목욕 버튼을 누를 것'이라는 행동 패턴은 성립되기 어렵다.

장황했는데...
결국 온수가 난방보다 우선하면 얘기 끝나는 상황인거다.
실제 지금 사용중인 녀석 외에는 다 그랬다.
그래서 더 지금의 보일러에 미치고 팔짝뛰겠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