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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영화인 건 분명하네요. 그러나 대중이 범용으로 좋아하기엔 너무 리얼한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과학적인 리얼리티가 아니라 주인공이 겪는 사고들이며, 그 과정의 무력감과 절망 같은 게 정말 리얼해서 보는 내내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제목이 그래비티인 것도 굉장히 좋네요.
1차원적으로 보자면 영화 내내 무중력의 부유감이 관객을 지배하던 것을 마지막 한 신에서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인데...
저는 좀 더 다른 의미가 느껴져서 더 좋더라구여.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주인공은 한 번 죽음을 택했습니다.
그녀의 과거 속에서 이미 그 영혼 깊은 곳은 죽어있었죠. 그래서 궁지에 몰린 마지막 순간 결국 의지를 놔버리는 겁니다.
그러나 여차저차해서 다시 한번 살기로 결심하고 지구로 귀환한 주인공이, 마지막 신에서 짓눌러오는 중력에 버티며 일어서는 모습을 통해 진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듯 합니다.
산다는 건 그렇게 중력에 버티고 서서 걸어가는 거죠.
꽤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