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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참.
보고 후회가 없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심지어 올해 들어 본 영화중 딱 하나 꼽으라면 킹스맨을 제치고 올라가야할지 아니면 세컨드 해야할지 고민될 만큼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물론 저는 음악, 미술, 거기다 천재. 이런 코드 섞여버리면 점수가 좀 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위플래시의 경우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앤드류와 플레쳐라는 대립 구도 캐릭터를 자꾸 자꾸 곱씹게 되더군요.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있어요.
위플래시는 캐릭터 라인이 깔끔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변화는 없지만 거꾸로 그러한 쭉 뻗은 확고한 캐릭터가 맛이네요. (지인이 듣더니 '세계관에 모순이 없다는 거군' 이라고 정리해주더군요.)
노력이야말로 최상의 재능이라고 하죠. 그러나 인간은 지칩니다. 쉽게 타협도 하구요.
그러나 절박한 사람은 지치지도 타혐하지도 않고 달릴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절박함이 천재를 만드는거죠.
앤드류에게는 그러한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 조차도 그저 앤드류를 사랑하기 떄문에 그의 드럼을 인정할 뿐, 앤드류가 보고 꿈꾸는 세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앤드류에게 최고의 드러머 되는 것은 자신의 세상을 보여주고 이해시키고 자신이라는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그래서 앤드류에게 자신의 음악은 단순히 꿈 이상의 절박함을 담고 있으며 최고의 드러머가 되는 것은 앤드류에게 자신의 존재가치와 동일한 의미가 있습니다.
홀로 연습중인 앤드류에게서 플렛처가 본 건 그거였을 겁니다. 또한 그걸 보는 게 플렛처의 재능이겠지요.
절박함을 끄집어내어 천재를 탄생시키는 것이 플렛처가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이고, 그러기 위해 한계까지 사람을 몰아붙이는 방법을 택합니다.
옳고 그름, 또는 동의하는가 하는 건 제쳐두고 생각하면, <플렛처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분명한 이유와 미션이 존재합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플렛처는 이 부분을 관철시킵니다. 심지어 자신의 방법으로 키워낸 제자가 자살을 한 다음에도 자신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앤드류가 플렛처의 그러한 훈육법의 수혜를 받긴 받았다는 점입니다.
플렛처를 밟고 일어서서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우는거죠.
앤드류 덕에 플렛처가 단순한 ㄱㅅㅋ가 되는 건 면했습니다.
앤드류의 이유와 플렛처의 이유가 교차하며 최고의 결과가 된 셈입니다.
이 모든 과정과 설명들을 모자라거나 넘침 없이,
한 씬 한 씬 전부 의미를 지니도록 풀어낸 것이 제가 이 영화를 최고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 P.S. - 플렛처라는 캐릭터가 왜 이런지 이해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곱씹어도 곱씹어도 역시 이 ㅅㅋ는 나쁜 ㅅㅋ입니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