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애경 지음
나무[수:] / 2009년 08월 20일 / 328쪽 550g / 188*254mm
ISBN-13 9788996188193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 남짓의 도쿄 유학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가장 실망스럽달까 마음아팠던 부분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이었다. 

[디자인]
이라는 이름하에 철거와 삽질 중인 도시의 빌딩과 집들,
[정비]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인사동 거리와 골목.
한참 '디자인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서울 시장이 벌이던 (나로서는 만행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이 행태에 가슴을 쳤더랬다.
보기좋은 떡은 맛도 좋겠지 - 하는 가장 피상적인 이해를 마치 디자인의 모든 것인 양 내걸어놓고 나름 마구마구 질주하며 달리는 형국이었다.

진짜 진심으로 묻고싶었다.

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이 책은 그저 핀란드의 삶과 그 속에 있는 여러가지에서 '디자인'의 의미를 작가 나름대로 사색해본, 정말 [산책]을 적은 책이다. 막 머리 아프게 고민하며 읽을 것도 아니고 파고들어 엄청난 깨달음을 얻을 필요도 없이, 옆집 들여다보든 흐응~ 끄덕끄덕 그렇구나~ 해보면 되는 읽기 쉬운 책이다.

그럼에도. 나로서는 깊이 깊이 부러워지는 한 구절이 있었다.

도시계획을 할 때 옛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더욱 까다롭고 오랫동안 생각한다.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그 기본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더 오래한다. 역사와 전통이 묻어나는 도시 자체는 문화 유산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 주어야 할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제발 밀어버리고 이쁜 거 새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지 좀 말았으면 좋겠다.
오직 세월만이 만들어 줄 수 있는 천연의 미학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데.... 
한 번쯤 시간이 우리한테 보내준 선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맛을 볼 수 있기를... 




이따구로 떠들고는 있으나 나 역시 사용상 불편이 생기면 고치기보다는 새로 구입해버린다.
애초부터 시한부 구매를 하면 그게 문제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