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 저 / 김난주 역
민음사 / 1999년 02월 06일 / 197쪽 358g / 128*188*18mm / ISBN-13 9788937403170


참 좋았다는 기억만 남긴채 아련하게 내용은 다 잊었더랬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기회가 되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좋았습니다...
단편 '키친'과 그 후속격이 '만월' 세트인데, 만월보단 역시 키친이 좋군요.

살아간다는 것의 고독감.
그 고독에 떨면서도 미카케는 자신의 두발로 그 삶을, 그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무리하지 않고. 억지쓰지 않고. 부딛히면서 깨지면서. 쉬어가면서. 그러다가 또 열심히 몰두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입니다.

제가 두고두고 키친이라는 책에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아마 미카케가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동경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말 기진맥진 지쳤을 때, 나는 문득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부엌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홀로 있어 추운 곳이든, 누군가 있어 따스한 곳이든, 나는 떨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싶다. 부엌이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