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않게 꽃다발을 받았습니다.
꽃다발을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사실 별로 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없는 듯한데, 막상 받아본 꽃다발이 너무 탐스럽고 예뻐서 좀 들떴습니다.
집에 화병 따위가 있을리 없으니, 찬장에서 뽀얗게 먼지를 쓴 맥주잔 두 개를 꺼내어 소분(!!!?)해 줬습니다.
하나는 방 책장 위에 놓고, 또 하나는 방 바깥쪽에 내다 놓았어요.
설마 이 정도 추위에 죽진 않겠지...
꽃을 받을 일이 없기도 했고 제가 꽃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오래 고양이를 기른 탓에 식물 종류를 들이는 것도 조심스럽긴 합니다. 프리지아도 괜찮을지 잠시 걱정하긴 했습니다. 향이 강하기도 하고 혹시 뜯어 먹기라도 하면 어쩌냐 걱정도 되고...
다행히 나이가 들면서 돌발 행동이 좀 줄었다는 것 때문에 과감히 들이밀어봤는데, 처음에 입질을 몇 번 해서 저를 식겁하게 하더니 그 다음부턴 아예 관심을 끊었네요.
그래도 아마 오래 두진 못할 듯해요.
아무튼. 인생에 난데없는 꽃다발 난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