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모예스 저 / 김선형 역
살림출판사 / 2013년 12월 24일 / 534쪽 595g / 1410*210mm
ISBN-13 9788952227829



나름 새로울 건 없는 소재라 취향에 맞을지, 진부하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좀 걱정하면서 읽었는데 - 결과는 나쁘지 않네요.

굉장히 여성적인 감각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꽤 꼼꼼하게 그려져있는데, 한장면 한장면 더해지고 깊어지면서 주인공 여자가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제법 잘 그려져있거든요.
승승장구하던 인생에서 갑자기 내동댕이쳐진 사지마비 환자가 겪어야하는 세상이라는 게 어떤 건지도.
간접체험의 간접체험(루이자가 윌의 상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걸 저는 책으로 다시 체험하니까)임에도 불구하고, 참 엿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뭔데 그에게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001

누군가를 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쉬워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줄타기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쩔 때는 싫어하는 일도 밀어붙여야하는가 하면 어쩔 때에는 물러서야 하니까요.
저에게는 그 타이밍이 너무 어렵습니다. 
내 의도가 어긋나는 순간의 고통같은거...
그래서 루이자의 마음도 윌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당신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귀찮아도 나에게 물어봤더라면 말이요, 클라크. 딱 한 번만 이 소위 즐거운 계획에 대해 나와 의논을 했더라면, 말을 해줬을 거요. 나는 말을 싫어하고, 경마도 싫어한다고. 옛날부터 싫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한 번 물오지도 않았지. 그쪽이 나한테 시키고 싶은 일을 혼자 정하고 강행했잖소. 다른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내 대신 결정을 해줬지.


002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거나 고래들하고 수영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그 줄무니 타이츠를 당당하게 입고 다녀요.
그리고 어떤 말도 안되는 남자한테 굳이 정착하고 싶다면,
꼭 이 돈 일부를 어딘가 다람쥐처럼 챙겨둬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사는 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 가능성들을 당신에게 준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일말의 고통을 던 느낌이에요.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급의 고백이네요.



003

거기에 또 하나 ...개인적으로는 루이자가 윌의 존재를 느끼는 방식이 촉감과 후각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네요. (꺄악)
그 사이 나는 눈을 꼭 감고서 깨끗한 남자의 체취를, 내 피부에 닿는 그 살갗의 촉감을, 내가 하고 있는 이 황당무계한 짓거리를, 모른 척 묵살하려 애썼다.


004  

여담입니다만.
아무 생각 않고 그냥 축약해보면...
잘생기고 돈많고 아는 거 많고 그래서 강하지만 동시에 여자에게 의지해 살 수 밖에 없으며, 심지어 가능성(=돈)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갑니다.
여자들이 사랑을 통해 얻고 싶어하는 모든 환상을 다 그린 책이기도 하네요.